‘땐뽀걸즈’에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누군가에게는 현실감을 더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만나기만 하면 팩폭을 날리며 싸우는 츤데레 모녀 박세완과 김선영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땐뽀걸즈’(극본 권혜지, 연출 박현석, 제작 MI, PCM 기준 총 16부작)에서 자신이 힘겹게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자꾸만 벗어나려는 딸을 향한 팩트 혹은 폭언을 퍼붓는 엄마 박미영(김선영). 그리고 그런 엄마에 굴하지 않고 막말로 맞대응하며 철부지 반항끼를 폭발시키고 있는 딸 김시은(박세완)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꽤나 격하게 말이다. 10대 딸을 키워본 엄마들이나, 엄마에게 무조건 반항했던 청소년기를 지나온 딸들이나, 한번쯤 겪어봤을 일들이기 때문이다.
 
한때 대웅조선소 본사 용접공이었으나 조선업의 불황과 함께 정리해고를 당했고 현재는 일거리가 없어 자신을 버린 대웅의 하청도 맡아하는 미영. 게다가 회사가 하청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거 해고를 진행하려고 하니 아이들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미영은 더욱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내 시은은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꾼다. 그러니 “니 대학가서 뭐 먹고 살긴데? 그냥 거제서 취직해라. 여상 간 주제에 대학은 무슨 대학이고”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시은은 그런 엄마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딸이 아니다. 자신의 영화 디브이디, 포스터, 책 등을 모조리 찢고 부수는 엄마에게 “엄마는 어렸을 때, 엄마 말 잘 들어서 지금 이러고 사나. 엄마, 내 인생에서 좀 꺼져라”라며 반항하고, 자신을 정신 나간 애 취급 하면서 이해해주지 않는 “청소년 학대범”이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엄마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힘으로 대학에 진학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서로에게 퍼붓는 막말이 이들의 진심은 아니다. 미영은 시은과 대판 싸운 다음날에도 머리를 빗어주고, 혼자 서울에 가 가출 청소년이란 오해를 받고 경찰서에 있던 시은을 찾아 한걸음에 달려왔다. 또한 동석(장현성) 앞에 무릎을 꿇은 자신을 보고 모르는 척 도망간 시은이 집에 잘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미영에게 시은은 아직 물 밖에 내놓기엔 불안한 소중한 자식인 것.
 
시은 역시 그런 엄마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 뿐, 엄마의 진심을 알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시은은 땐뽀반 친구들과 승찬(장동윤) 앞에서 엄마를 숨기고 부끄러워한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엄마, 내 학교에서 공연하는데 보러 온나”라고 엄마를 공연에 초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영은 “니 어차피 엄마 가는 거 좋아하지도 않잖아”라며 차갑게 답했지만 말과는 달리 공연장에 나타났고 춤을 추는 시은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로를 향해 날선 말만 내뱉던 모녀의 진짜 속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은이 뭔가를 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말부터 나오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시은이 잘 되기를 바라는 엄마 미영. 친구들에게조차도 당당히 소개하지 못한 자신이 스스로 부끄러워 슬며시 화해를 청했던 시은. 시청자들이 이들 츤데레 모녀의 마음 모두가 이해가 된다며 “시은-미영 모녀 앞에 가시밭길은 없게 해주세요”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땐뽀걸즈’, 매주 월, 화 밤 10시 KBS 2TV 방송.
 
<사진제공 = MI>
저작권자 © 뉴스웨이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