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노민마트에 갔더니 우리 졸업식이나 어버이날 마냥 꽃다발 천지다. 오늘 무슨 행사가 있나. 궁금해 하며 사무실에 가니, 여직원들 책상에 장미가 놓여 있다. 좀 있으니까 옆 사무실에서 컵을 들고 오란다. 축제 분위기다. 와인 잔 부딪치면서 ‘해피 인터네셔널 우먼스 데이’한다. 처음 들어 본다. 황급히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백 여년 전 뉴욕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여권 신장을 기념하는 세계적인 행사다. 이제 까지 깜깜 모르고 있었다. 우리 나라는 성폭력 문제로 매일 시끄럽다. 그런데 여기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인 내일은 몽골의 휴일이다. 몽골 달력에서 빨간 표시 휴일은 설날인 차강사르, 3월 8일 여성의 날, 7월의 나담 축제, 12월 29일 독립기념일 뿐이다. 그만큼 여기는 여권이 존중되는 나라다.
 
몽골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혀를 긁는 ‘흐’ ‘크’ 소리가 많이 들린다. 몽골어는 모음이 어렵다. 우리는 혀를 입 천장이나 바닥에 착착 붙이며 소리 낸다. 아 어 오 으 우 거의 직각으로 구분되고, 사이 음은 감정 표현으로 남겨둔다. 그런데 몽골어에서는 ‘아’에서부터 혀가 입 안으로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모음이 쭐러리 나온다. ‘a’는 영어와 같이 ‘아’로 읽는다. 그런데 ‘오’는 어렵다. ‘오’는 ‘у’ 와 ‘о’ 두 가지가 있다. ‘о’는 혀가 약간 앞으로 나오며, ‘어’와 비슷한 맑은 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у’는 혀를 뒤로 감으면서 ‘오’ 해야 한다. 몽골어에는 이 발음의 단어가 많다. ‘у’는 발음하고 나서 혀를 앞으로 이동시켜야 하니까, 혀를 긁는 ‘흐’소리가 동반될 수 있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이 말할 때 ‘ㅋ ㅋ ㅎ’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딸이 몽골어로 ‘Охин(오힝)’ 인데 여기의 ‘х’이 ‘ㅎ’소리이다. ‘ㅎ’은 혀가 안쪽으로 감기면서 소리를 낸다. 좀 세게 ‘ㅎ’ 소리는 내면 크하며 긁는 소리가 따라 나온다. 딘세 선생이 이걸 고쳐줄려고 작정했는지, 열 번도 넘게 반복시킨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딘세 다그치는 소리 커지고, 수업분위기가 싸해진다. 옆의 단원들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다.
 
몇 번 반복 하니 감이 잡힌다. 그렇지, 딸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야니까 혀를 감어 넣어 목소리 내려 까는 어두운 표현을 하면 안 되지. 혀를 앞으로 하고, 입을 동그랗게 하면서 ‘오’한 다음에 ‘힝’을 하면 얼굴이 자연스럽게 펴지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여자는 싸움터의 전사가 아니라, 종족을 보존하고 번성시키는 기본이다. 그러니 딸을 보면 기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아! 그래서, 몽골인들이 딸을 보면, 밝게 웃으며 ‘오힝’ 하는 구나!
 
몽골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다. 몽골 사람들은 아들보다 딸을 더 열성적으로 교육한다. 그래서 대학 진학률도 여성이 높다. 그 이유는 가혹한 환경에서 사는 이들이 연약한 딸은 초원에서 고생하지 말고, 도시에 가서 살길 바라며 딸 교육에 열을 올린단다. 그래서인지 몽골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도가 높다. 우리 사무실만 해도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아직 이들의 자본과 권력속의 행태는 모르지만, 여자들의 사회적 대우는 우리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가족 내에서도 우리처럼 여자가 절대적인 보조자가 되지는 않는다. 부부의 각자 역할이 분명하고, 서로에게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소유보다 행동과 경험을 우선시하는 유목민의 생활 속에서 생긴 관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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