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 후레’는 울란바타르 외곽에 있는 몽골 전통 마을을 꾸며 놓은 관광 시설이다. 후레는 몽골말로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2016년도에 세계 53개국 정상이 모여 11차 아셈회의를 개최 했다. 우리의 민속촌처럼 꾸민 곳인데 용인 민속촌과는 달리 주민이 거주하지 않고, 20여동의 숙박용 게르와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대형 게르, 식당으로 사용하는 대형 게르가 있다.
 

작은 게르를 보았더니 침대 2개 있는 객실이다. 이 게르의 1박 요금이 7만 투그릭이다. 원화로 3만원 정도되니 2명 숙박 요금으로는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게르 안에는 침대와 작은 탁자, 난방용 난로밖에 없다. 화장실은 밖의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니,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몽골은 여름에도 밤이 되면 기온이 상당히 낮아진다.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거의 그 정도에 접근한다. 낮에는 반팔 반바지로 다녀도 되지만 밤에는 겨울 차림이어야 한다. 그래서 밤에는 난로에 장작으로 난방을 한다. 그런데 장작은 빨리 타기 때문에 시간 간격으로 넣어 주어야 한다. 5년 전에 몽골 여행 처음 왔을 때, 초원에서 첫날 같이 온 여성 둘이 게르 문을 잠그고 잠이 들었다. 장작을 넣어주려고 왔더니 문이 잠겨 어쩔 수 없이 그냥 두었다. 한 시간 후 난로는 꺼지고 그 둘은 밤새 추위에 시달리다가 새벽에 덜덜 떨면서 나왔다. 교대로 일어나 장작을 넣던가 문을 열어 두던가 하라고 했다. 그 이후 두 여성 셈은 남은 일정 내내 무방비로 사람을 믿고 다녔다. 그 덕에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몽골 여행에서 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아셈 회의 때 회의실로 사용했을 것 같은 톰(큰) 게르는 박물관이다. 마지막 황제인 복드한이 사용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르에 들어갔다. 100명 이상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큰 식당이다. 1층은 광장같이 큰 모임을 할 수 있게 넓게 되어 있고, 벽 쪽으로 2층이 빙 둘려져 있다. 1층 긴탁자에서 어느 몽골인 가족이 잔치를 하고 있다. 탁자를 디긋자로 널찍하게 붙여놓고 양고기 허르억에 보츠 야채 등, 몽골 전통 음식들을 잔뜩 차렸다. 화기애애하게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의 환갑잔치 정도로 보인다. 여름에 사람들 데리고 오면 저녁 식사 한번 쯤은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2층을 둘러보니 중앙에 징기스칸 좌상이 있다. 절의 부처처럼 모셔져 있고, 복전함도 있다. 함 속에 지전들이 제법 보인다. 몽골인들이 더러 참배하는 것 같다. 벽에는 몽골 제국의 역대 황제들의 초상을 빙 둘러 붙어 있다.
 

메뉴를 보니 가격도 좋다. 허르억 5킬로그램이 11만 투그릭이다. 5킬로그램이면 10명쯤은 먹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관광단 저녁 모임으로 괜찮겠다.
 

2층 자리에 앉아 후태체를 주문했다. 몽골인들이 자주 마시는 수태체는 녹차에 우유를 넣은 것이다. 여기의 후태체는 수태체에다 뼈 국물을 첨가한 것이란다. 잔에 따르니 우유 위에 소고기 기름이 둥둥 떠 있다. 맛을 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한데, 여성 단원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2리터에 9000투그릭이다. 다섯 명이서 석잔 씩은 먹어야 다 치울 수 있다. 눈치를 보니 다들 입에 조금 넣었다가 잔을 그대로 둔다. 이거 밥대신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원 여행 때 몽골 운전사들이 아침식사로 수태체만 마시는 것을 보았다. 몽골어로 아침식사는 ‘으글르니 채’ 다. 아침 먹는다는 말도 ‘으글르니 채’를 마신다고 한다. 초원에서 음식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아침에는 가축들 건사하랴 이것 저것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간단하게 우유차로 공복을 해결하는 것이 초원에서 사는 방법일 것이다.
 

탁자에 몽골 전통 놀이 샤가이가 있다. 샤가이는 가축의 복숭아뼈라고 부르는 발목 관절 뼈를 분리해서 추출한 것으로 우리의 공기 돌 만하다. 보통 양의 발목뼈로 놀이를 하는데 말의 것으로 만든 커다란 샤가이도 있다. 샤가이를 던지면 직육면체의 네 방향으로 놓여 진다. 놓인 모양에 따라 낙타(티메), 말(모루), 염소(야마), 양(헌) 이라고 부른다.
 

테메(낙타) 다. 모서리 긴 면이 세워진 것인데, 윗면이 움푹 들어간 곳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낙타 등의 움푹 들어간 곳에 사람이 탄다.
 

모루(말)이다. 테메의 반대쪽인데, 움푹 들어간 곳이 둘로 나뉘어져 있다. 말 안장을 사이에 두고 말 등이 둘로 나뉘어 진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샤가이 놀이에서 모루가 제일이다. 경주에서 모루가 나오는 수 만큼 이동할 수 있다.
 

혼(양) 이다. 긴면이 눕혀진 것으로 윗면에 볼록한 모양이다. 몽골인들이 오축 중에 가장 많이 기르고, 양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다. 차강사르 상에 양한마리를 통째로 올려 놓아야 훌륭한 상차림이 된다.
 

야마(염소) 다. 오축에 섞여 있지만 수가 많지는 않다. 몽골의 옛말에 야마는 찬기가 있으므로 겨울에 먹지 말라고 한다. 아마 번식 잘하는 양을 장려하기 위해 생겨난 교휸일 것이다.
 

샤가이 네 개를 던져 하루 운을 점친다. 윳처럼 네 개를 던져서 떨어졌을 때 각 짐승 모양이 제각각 다 나오면 가장 좋은 점쾌다. 그리고 말 두 마리가 나오면 좋단다. 이걸로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윳놀이처럼 네 개를 던져서 모루가 나온 수대로 목표까지 가기 놀이도 하고, 공기 놀이처럼 손으로 던져 받으며 따먹기 놀이도 한다. 사람들의 놀이 도구는 대부분이 생활 주변에서 얻어진 것이다. 가축과 같이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는 가축 뼈가 놀이 도구가 된다. 그런데 놀이 방법은 윳놀이나 공기놀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무언가? 목표까지 빨리 가기, 아니면 내 거 많이 가지기다. 욕심을 간접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놀이다. 도구의 특성에 따라 방법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놀이 방범은 서로 비슷하다. 윳놀이에 윳대신 샤가이를 써도 재미있는 놀이가 나올 것도 같다.
 
 
‘징기스 후레’ 주변 언덕은 눈이 제법 쌓인 설원이다. 여기 눈은 우리나라처럼 송이 송이 내리눈 눈이 아니고, 가루눈이 내린다. 물이 증발해서 고공으로 올라가면 기온이 내려가 응결되어 얼어서 작은 결정이 된다. 이를 빙정이라고 한다. 빙정의 굵기는 십분의 일 밀리미터 정도 된다. 구름이 하강하면서 온도가 올라가 빙정들이 서로 붙어서 눈송이가 된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고원에서는 기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빙정들이 서로 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니까 가루눈이다. 이런 눈을 보고 싶으면 한겨울에 지리산 능선을 밟아보시라. 운 좋으면 볼 수 있다. 여기 눈은 가루눈이라 푸석푸석하지 않고, 바로 얼어 단단한 설원을 이룬다. 여기 사람들은 썰매를 즐긴다. 시내를 조금만 벋어나면 언덕마다 천연 설매장이다. 징기스 후레 주변 언덕들은 설매장으로 아주 훌륭하다. 끝없는 설원에서 스키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의 소득이 아직 낮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 이곳 경제가 좀 나아지면 썰매 대신 스키가 온 산과 언덕을 덮을 수도 있다. 언덕 경사가 완만하니까 노르딕의 천국이 될 것도 같다. 걷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여기 와서 스키 트레킹을 하면 어떨까. 평창에서 노르딕,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만드는데 얼마나 고생했을까. 여기라면 간단히 표지만 꽂아 놓으면 해결 된다. 한번 내린 눈이 몇 달간 녹지 않는 이곳이 겨울 스포츠의 낙원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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